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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흠이 아니잖아

인건파덜 2023. 10. 13. 16:55

2014년 난 이혼을 결심했다.

 

1 챕터

행진의 팡파르가 울리고 그녀가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나에게 걸어온다.

이윽고 내 앞으로 다다라서 잡고 있던 따님의 손을 나에게 건네며

"잘 부탁하네"란 말씀과 함께 손으로 눈을 훔치신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가 이상하게 앞뒤가 안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싱의 내 기분으로는 괜한 내 망상이겠지 생각했었던 것 같다.)

 

손을 잡은 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란 말과 함께 다시 뒤돌아 주례가 있는 곳을 응시하며 서로의 맞잡은 손을 고스란히 포개어 주례를 듣고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잘살아라"  "잘 생겼다" "역시 신부가 아깝다" 이런 시답잖은 신랑친구와 신부친구들의 웃기지도 않은 축하를 들으며 우리의 결혼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아니다'라는 단어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내뱉었어야 했다. 그렀다면 지금의 난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핸드폰으로 전화벨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고 넘긴다. 왜 넘길까? 내 앞에서 받으면 안 되는 전화인 것일까? 이런 생각에 찝찝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물어봤다. 

"왜 안 받고 전화를 넘겨?" 

"아~ 그냥 모르는 전화길래 넘겼어?"

(그래 그럴 수 있다. 보통 모르는 전화는 그냥 넘긴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이건 2010년에 잇었던 일이기에 지금처럼 모르는 번호라고 해도 그냥 넘기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 2010년에 그럼 다시 전화해 보라고 할걸 그래서 누구였는지 알아내기라도 할걸이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아 그래? 그래도 한번 받아보지"

"아니야 그냥 안 받을래"

이렇게 전화기를 안 받거나, 전화기가 꺼졌거나, 배터리가 다 되어서 안 켜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꾹 참았다. 그러지 못한 게 지금 한이 되어 내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 파고 있다.

왜 저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까? 왜 조금 더 단호하지 못했는가? 내 성격이 정말 바보 같았다.

그때가 영원할 것만 같았고, 그녀는 그러지 않을 거라 다짐했고, 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멍청이였던 것이다. 아니면 제대로 세뇌당했거나 가스라이팅 당해 내가 이혼을 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밤 11시 뜬금없는 술 한잔 할래?라는 남자의 문자, 내가 못 본 줄 알고 그냥 쓱 꺼버린다. 내가 

바보로 보이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행동할 수가 없다. 이때쯤이면 그녀를 소개해준 후배에게 명치를 세게 때리고 싶어 진다. 엄청 세게 주먹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게 꽂아 내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내가 선택한 길이니 후배에게는 그러지 못한 것이다.

근대 원망은 엄청나게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니 앞으로도 주욱 뒤늦게 안 사실인대 소개해줄 당시 남자만 문어발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럽게 노는 꼴이 우스워서 나보고 그냥 연애만 하라며 소개해준 거라고 이야기하였다.

후배에게 진심으로 원망이 된다.

 

그렇게 그녀와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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